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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운동이 좋다지만… '당뇨발'은 달리면 위험한 이유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 문화가 퍼지면서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친목을 다지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뇨 환자 4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당뇨발'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러닝과 같은 고강도 운동으로 발에 무리를 주게 되면 당뇨발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전동근 교수는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당뇨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고, 체중감소 및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다만 당뇨환자라면 본인의 하지혈관 및 신경 상태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러닝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닝으로 인한 상처가 생명 위협할 수 있어 주의해야
당뇨 환자 혈액은 일반인 혈액에 비해 끈적끈적하다. 이로 인해 손끝, 발끝 같은 말초 부위에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혈관과 신경이 망가져 발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통틀어 '당뇨병성 족부병증' 혹은 '당뇨발'이라고 칭한다.
일반인이 러닝을 하다가 발에 작은 상처가 생긴다면 며칠 내에 아물고 끝날 것이다. 하지만 당뇨발 환자는 상처가 궤양으로 변해 패혈증에 걸리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피부부터 근육, 뼈까지 침투하는 당뇨발 감염
당뇨발은 세포 재생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마찰 등으로 상처가 발생하면 잘 아물지 못한다. 아물지 못한 상처는 지속적으로 외부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염증이 시작되면 일반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괴사가 진행되므로 궤양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발 내부에서 시작된 문제로 인해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당뇨발은 운동 신경에 장애가 생겨 근육 모양이 변한다. 발가락이 굽는 '갈퀴 발가락'이나 '망치 발가락' 모양이 되면 특정 부위에 지속적 압력을 받는다. 압력을 받는 피부는 굳은살로 바뀐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굳은살로 인해 속살이 눌리면서 안쪽에서 피가 나고 궤양이 생긴다.
이렇게 깊은 궤양이 발생하면 균이 심부까지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여기서 심부란 피부조직보다 깊숙한 곳에 있는 피하조직이나 근육, 뼈 등을 일컫는다. 심부 감염으로 이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전동근 교수는 "심한 경우 샤르코관절병증(charcot arthropathy)이라는 파탄적인 족부 변성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다"며 "일정 기간 당뇨발 합병증을 경험한 환자는 러닝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당뇨발 환자는 발에 상처가 생겨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발 신경이 파괴돼 감각이 둔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치료하지 못한 궤양은 심각한 염증으로 이어져 발을 절단하거나 사망하는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동근 교수는 "세계당뇨발가이드라인(iwgdf 2023)에 따르면 3000보 넘는 걷기 활동은 하지 않도록 권고 하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2-30분 정도의 보행 운동에 해당한다"며 "출퇴근이나 장보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넘어서는 걷기∙러닝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닝과 함께 유행하고 있는 '맨발 걷기'는 금기라고 덧붙였다.
당뇨발 환자라면 수영·실내 자전거 추천…운동 전후 관리도 중요
당뇨발 환자는 발에 체중이 급격히 집중되는 운동을 피해야 한다. 당뇨발 환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실내 자전거, 로잉머신(rowing machine) 등이 있다. 전동근 교수는 "특히 실내 자전거 운동은 tv를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어 좋다"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이 좋고, 2-3일 이상 연속으로 운동을 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당뇨발 환자가 더욱 안전하게 운동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먼저, 발 압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쿠션감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신발이 발을 너무 조이지는 않는지 신발 끈 등을 점검하는 것도 좋다.
운동을 하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작용이 활발해져 당뇨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만, 혈당이 너무 낮아지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 운동 전과 후에 혈당을 체크하면서 변화를 확인해 두면 저혈당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대비해 혼자보다는 동행인과 함께 운동하는 것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도록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운동 후에는 발을 청결하게 씻고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잘 말려야 한다. 건조 후에는 보습제를 잘 발라 발 피부가 갈라지지 않도록 한다. 단, 발가락 사이에는 너무 많이 바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운동 중 물집이나 상처가 생겼다면 신었던 신발을 반드시 세척한다. 양말도 깨끗한 것으로 자주 갈아 신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전동근 교수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성형외과 전문의)